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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생식 → 화식 → 생식…인류 식습관의 회귀
기사입력 2017.07.14 0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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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처럼 음식도 유행을 탄다. 언제부터인지 유행하기 시작한 생식(live/raw food)은 널리 퍼지지는 않지만 쉽게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식재료에 불을 대지 않고 만든 음식만 섭취하자는 요지다. 다양한 채소, 곡류, 과일을 갈아서 스무디(smoothie)로 만들어 마시거나 아니면 이를 날로 먹는다. 동물성 음식으로는 생선회, 육회 등을 먹는다. 생식은 과연 새삼스러운 유행일까?

우리는 익힌 음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생식을 특이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 역사 속에서 인류는 대부분의 음식을 날것으로 먹었다. 인류가 언제부터 불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50만년 전에 중국 베이징 근처 저우커우뎬 동굴 유적에는 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동굴에서 살던 호모 에렉투스는 빙하기에 불을 사용해서 추위를 견뎌냈을 것이다. 털이 없는 맨몸의 인류 조상이 빙하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털옷과 불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이때 사용된 불이 의도적으로 지핀 것인지, 우연히 생긴 불을 이용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무렵부터 불을 사용하면서 음식 역시 익혀 먹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익힌 음식을 더 좋아한다.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날 음식 대신에 익힌 음식을 먹이면 살이 쉽게 찐다. 소화기관을 모두 거친 후 나온 배설물을 분석하면 날 음식에 비해 익힌 음식이 훨씬 더 많이 흡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익힌 음식이 더 좋다고 해도 불을 이용해서 익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그리고 익힌 음식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은 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게 된 다음부터다. 곡류 및 채소와 같은 날 음식을 먹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더 들어간다. 밥 한 공기를 씹어서 먹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물에 말아서 먹기라도 한다면 1분도 채 안 걸린다. 밥 한 공기를 만들 만큼의 생쌀 한 줌을 씹어 먹으려면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허기져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밥 대신 생쌀을 씹어 먹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턱이 빠질 것 같이 아프다. 밥뿐이 아니라 고기와 채소 모두 씹어 먹는 데 오래 걸린다. 그나마 우리가 살 수 있는 먹거리는 우리네 입맛에 맞도록 부드럽게 재배된 품종이다. 야생의 푸성귀와 과일들은 대개 뻣뻣하고 맛이 없다. 갇혀서 사료만 받아먹고 마블링이 잘된 고기는 입에 녹도록 부드럽지만 자유롭게 뛰어놀던 야생의 고기는 순 근육질로 매우 질기다.

인간이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얻은 것은 시간이다. 사실 인간 외의 동물들은 살면서 많은 시간을 먹고 소화시키는 데 보내야 한다. 침팬지는 하루에 약 12시간 동안, 그러니까 살아 있는 시간의 2분의 1 동안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를 먹는 데 시간을 보낸다. 오늘 여러분이 먹는 데 보낸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에 세 번 식사, 간식 두 번을 먹는다고 쳐도 다 합쳐서 3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작정하고 빨리 먹으면 그보다도 훨씬 더 적은 시간에 충분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익힌 음식에 대한 대가 또한 치러야 했다. 불에 탄 음식을 먹으면서 발암물질이 체내에 쌓이게 됐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발암물질에 대한 내성이 클지도 모른다. 또한 음식을 익히면서 열에 파괴된 비타민을 보충하기 위해 별도로 날 음식을 꼭 섭취해야 했다. 날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다양한 비타민 결핍으로 치명적일 수도 있다.

생식 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소감은 몸이 가벼워지고 가뿐해진다는 것과 온종일 배가 고프고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체중이 감소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훨씬 더 많이 꼭꼭 씹어 먹느라고 에너지를 더 쓰고, 소화시키느라고 에너지를 더 쓰지만, 훨씬 덜 흡수되므로 먹느라고 들인 노력이 아까울 정도다. 쉽게 고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인 생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이로니컬하다.

[이상희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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