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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고생을 많이 했다고? 중요한 건 고민의 質
기사입력 2017.05.19 0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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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후보들이 치열했던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자신이 지난 시절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개인사적이든, 동일한 세대면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아픔이든 혹은 가난과 같은 세계 공통적인 것이든 말이다. 좌절과 실패의 역사를 왜 후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로 드러내는 것일까? 당연히, 그러한 좌절과 실패를 거울삼아 많은 고민을 해보았고 그만큼 생각이 성숙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과 같은 최상층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어떠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든 내게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지난날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를 부지불식간에 보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고생을 했는가를 통해서 고민의 양을 가늠해 본다. 그러니 리더들도 사람을 뽑을 때 많이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얼마나 고생했는가`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하나 도사리고 있다.

고생의 정도가 반드시 고민의 성숙함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생은 말 그대로 과거의 어려운 경험이다. 고민은 무엇인가? 그 고생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느냐다. 더 나아가 그래서 그 고생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이다. 그러니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보고 실제 사례들을 관찰해 보면 한 사람의 심리학자로서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 하나 있다. 고생보다 고민이 중요하다. 더 정확히는 좋은 고민을 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히틀러는 자신의 고생을 통해 유럽 인구 수천만 명을 학살할 결론에 도달했다. 그에 못지않은 수많은 독재자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많았던 리더들이나 기업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CEO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생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고생을 통한 고민이 양적으로는 부족했고 질적으로는 삐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고생의 에피소드들로부터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예측하는 간편한 방법에 우리가 상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늘 말씀드리곤 한다. 일단 고생의 양은 많은데 고민이 별로 없었던 사람은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다행스럽게 낙천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까 무능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이런 고생을 하게 되면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나는 이런 고난을 이겨냈으니 너희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 않겠니`라는 식의 막무가내형 사람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작은 고생에도 지나친 고민을 하는 사람 역시 좋을 리가 만무하다. 더욱 심각한 건 나의 고생과 다른 사람의 고생을 차별하는 사람이다. 남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고민과 옳은 방향의 고민을 했느냐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우리의 젊은이들이 고생을 해 보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께 감히 한 번 이런 고언을 드려보고자 한다. 그들이 우리보다 물리적 고생을 덜 했지 과연 정신적 고생과 고민을 덜 했겠느냐고 말이다.

그러니 사람을 뽑는 순간의 리더라면 반드시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어떤 사람의 고생이 포함된 현란한 에피소드에 현혹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 고생을 통해서 어떤 고민을 했는가를 꼭 물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작은 고생이라도 현명한 고민을 할 줄 알았던 사람이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고생과 고민의 차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인재가 좀 더 쉽게 눈에 보이게 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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