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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전력산업 `힘의 추` 급속 이동…화석연료는 잊어라
기사입력 2017.05.19 0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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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중앙역 천장에 설치된 태양광 시스템 [매경DB]
독일 함부르크 외곽의 한 평범한 2층 주택. 겉으로 보면 거리의 다른 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지붕 위 넓게 자리 잡은 까만 패널이 유독 눈길을 끈다. 집주인 루카스 씨가 2년 전 6750유로를 들여 설치한 가정용 태양광 패널. 설치 비용 때문에 처음에 망설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대만족이다. 한낮에 사용하는 전기 대부분을 태양광으로 충당해 전기요금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루카스 씨네가 이렇게 절약한 금액은 지난 2년간 약 1600유로. 이만큼의 돈은 루카스 씨가 계약하고 있는 전력회사 이온(E.On)의 매출에서 고스란히 빠진다.

독일은 태양광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전력산업이 근본적 변화를 맞게 된 가장 대표적인 국가다. 독일 전체 발전용량 200GW 중 20% 수준인 40GW가 태양광. 전체 전력 가운데 연료별 비중을 나타내는 `발전 믹스(mix)`에 큰 변화가 보인다. 하루 24시간 중 시간대별 `발전 믹스`를 보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태양광 비중이 최대 30%까지 오른다.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는 이 태양광 발전은 루카스 씨처럼 전력회사 매출에 잡히지 않는다. 주요 에너지·전력회사 실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다.

최근 한국전력이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해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전력회사가 이렇게 뛰어난 실적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발전용량 101GW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5%에 불과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낮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전력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선도 에너지·전력회사 대부분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태양광+ESS` 조합 원전 대체할 수도

먼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전기자동차, 스마트 그리드 등 `청정에너지 기술(cleantech)`로 부를 수 있는 일련의 기술들이 크게 발전했다. 현재 글로벌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 하지만 성장 속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8년 이후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연평균 40% 수준으로 증가해왔고 연간 신규 발전량의 40% 정도가 태양광·풍력에서 나온다.

2015년 전 세계에 298GW의 새로운 발전소가 건설되었는데 이 중 태양광·풍력이 116GW를 차지한다. 1GW를 원자력발전소 1개 용량 정도라고 보면 2015년 한 해에만 세계에 원자력발전소 100개 이상에 해당하는 태양광·풍력발전소가 건설됐다는 의미다.

태양광발전 단가는 2010년만 하더라도 kwh당 200원 이상이라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화석연료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 개발로 발전 단가가 계속 하락해 최근 중동·남미 등 일조량이 좋은 지역은 보조금 없이도 kwh당 50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 석탄, LNG 발전 단가는 각각 45원, 55원, 130원 선으로 이미 태양광발전이 기본 발전의 단가를 따라잡았을 것이다. 만약 현재 수준의 기술 혁신 속도가 유지될 경우 이르면 2025년쯤 ESS를 포함한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자력발전 수준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전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 또한 글로벌 전력산업 변화를 초래하는 주요 동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여름 전력요금 누진제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전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으나 여전히 `전기세`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전기를 공공재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소비자 인식이 바뀌면서 전력 사용 니즈도 보다 복잡·다양화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태양광·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친환경 전기`의 경우 프리미엄을 지급하면서까지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조만간 전력요금이 현재 통신요금처럼 고객 니즈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 전력산업 힘의 추, 재생에너지로

그러면 앞으로 전력산업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전력 믹스의 근본적 변화다. 일부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현재의 화석연료 기반 전력은 사라지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발전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급진적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현실적인 전망은 재생에너지가 글로벌 발전량의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맥킨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규 건설되는 발전소 중 80% 이상이 태양광·풍력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화석연료 기반 발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전력산업 내 권력도 이동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력산업 전체 수익성의 대부분은 화석연료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제 수익성은 재생에너지나 `뉴 다운스트림(new downstream)`으로 이동 중이다. 뉴 다운스트림이란 에너지 효율, 분산 발전, ESS·빅데이터 기반 전력 거래 등 전기 최종 소비자의 전력 사용가치를 증대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유럽은 2011년까지만 해도 전력산업 전체 수익성의 60%를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회사가 차지했으나 2015년에 27% 수준으로 급감했다.
기존 전력회사가 상실한 수익 대부분이 재생에너지와 뉴 다운스트림 기업으로 돌아가 그 비중이 2011년 22%에서 2015년 45%로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포착하는 기업은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 세계적인 에너지·전력기업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송경열 맥킨지 에너지센터 디렉터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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