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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넘어 `K제조업`까지 지켜낼 해상풍력 [Science in Biz]
기사입력 2023.03.15 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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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만큼 재생에너지 여건이 안 좋은 대만은 현재 해상풍력을 확대하고자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등의 이유가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시급한 이유는 TSMC를 대만에 잡아 두기 위해서다. 삼성과 함께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TSMC는 다른 글로벌 기업처럼 주요 수출 대상 국가에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대해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글로벌 기업 간 협약이다.

대만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으면 TSMC는 더 이상 대만에 제조시설을 지을 수가 없다. 일본 역시 이제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상풍력,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을 추진하고자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상황이다. 대한민국 제조업과 수출에서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자동차 등 하이테크 제조업뿐만 아니라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회사들은 RE100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이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이유로 제조시설의 현지 이전을 요청하고 있는데,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면 우리 또한 하이테크 제조시설을 앞으로 많이 내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는 사회 도덕적인 이슈가 아니라 현실적인 경제 이슈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싶어도 한국에서는 대규모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담당했던 태양광은 이제 가능 용지 부족으로 점점 증가세가 둔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자연 환경, 협소한 사용 가능 국토 면적, 전력계통 여건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서 가장 실현 가능하면서도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해상풍력 발전으로 판단된다.

세계풍력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풍력 보급량은 837GW로, 이는 우리나라 총발전설비 용량 134GW의 6배가 넘는 규모이며 향후 매년 100GW 이상의 풍력발전 설비가 지속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용량 설치도 용이해 관련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큰 도움이 돼 향후에도 그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전반, 특히 풍력발전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발전량에서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에 의한 발전량이 처음으로 10%를 넘었지만 한국은 4.7%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중에서 풍력은 0.6%로 태양광에 비해서도 극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렇게 풍력발전 설비 보급이 국내에서 더딘 이유는 첫째가 주민 수용성 확보, 둘째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 셋째는 전력계통 연계의 어려움으로 분석된다.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로 지역주민들은 어획량 감소, 어선 통항의 어려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러한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역 이용 협의, 해상교통 안전진단 등 20여 가지가 넘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정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또한 전력계통 연계 과정에서 화력·원자력처럼 특정한 구획 단위가 아닌 선(線) 형태로 건설되는 특성상의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일부 개별 사업자들에 의해 육지~해상에서 무질서한 개발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지역주민이나 어민들과 마찰이 커졌고, 대국민 수용성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그동안 육상·해상풍력 발전방안, 해양 입지 컨설팅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덴마크·대만 등 해상풍력 선도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제도 도입 등 신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상풍력 발전과 관련된 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덴마크에서는 원스톱숍(One Stop Shop) 제도를, 대만에서는 각종 인허가 창구를 단일화한 싱글 윈도(Single Window) 제도를 통해 해상풍력을 계획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 법령과 담당기관 부재로 공유 수면이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만 야기하고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해상풍력 발전 계획입지 법안은 늦은 감은 있지만 필요한 내용의 법률을 여야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하여 조속히 추진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에서 입지 정보망을 운영해 적정 용지를 예비지구로 지정하고 여기에 대해 지역주민과 어민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신설했다. 즉 사업 초기부터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어야만 해상풍력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또한 예비지구나 발전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무분별한 풍력발전 사업을 제한해 국토를 계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대국민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여러 정부부처와 입법부는 발의된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를 최대한 기대한다. 풍력개발사·지역어민 등 이해관계자에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많이 늘어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기업도 글로벌 RE100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조금이라도 더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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