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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화를 표현하는 지혜로운 방법…당신 옆에 `분노 대리인` 둬라
기사입력 2020.11.26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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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끝났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많은 화제와 이후의 후유증을 낳을 대선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지금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새로운 당선인인 조 바이든 못지않게 많이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현 대통령인 트럼프와 거의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유독 되돌아보게 되는 차이점이 바로 분노를 어떻게 표출하는가다.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의 분노를 여과 없이 표현해 많은 사건·사고를 일으켰던 트럼프에 비해 오바마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절묘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 정수를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2015년 4월 25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이다. 아무래도 긴장감과 불편함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다. 그런데 연설을 막 시작한 오바마가 갑자기 "저의 분노 통역사(anger translator) 루터를 소개해 드립니다"고 하자 유명한 코미디언 키건 마이클 키(Keegan-Michael Key)가 익살스러우면서도 기괴한 표정으로 오바마 대통령 뒤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마디를 할 때마다 소개된 대로 그 말을 통역한다. 두 사람 모두 영어로 말을 하고 있으니 속뜻을 말하는 셈이 된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과 같은 전통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도대체 이런 저녁 만찬을 뭐하러 하는 거야"라든가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거지?"라고 통역하는 등 재치 있는 유머로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연설 내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 방법으로 오바마는 자기의 화를 단 한마디도 직접 말하지 않고도 청중을 폭소로 이끌며 할 말을 다 해나갔다. 이 연설과 통역의 백미는 막바지에 오바마가 실수로 루터가 해야 할 부분을 `의도적으로` 자기가 직접 하려는 순간 루터가 깜짝 놀라며 오바마를 말리면서 `외람된 말씀이지만, 각하, 분노 통역사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필요한 건 상담입니다`라고 빠져나가는 부분이다. 게다가 곁에 앉아 있던 영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귓속말로 `미쳤나봐요`라고 말을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본인도 스스로 망가지며 마무리하는 센스를 잊지 않은 것이다. 청중으로 앉아 있던 기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화를 내는 루터를 보면서 내내 흔쾌히 폭소를 터뜨렸다. 물론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편한 기색으로 일관했던 기자들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간 동안 배꼽을 잡고 있던 시청자들이 어느 쪽 기자들에게 더 친밀감을 느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서 말이다.

게다가 그 만찬 연설은 자신의 화를 타인들에게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연구해온 심리학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화를 표현함에 있어서 일종의 대리인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대한 연구는커녕 발상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의사소통에 있어 대리인의 효과가 꽤 많이 연구되고 논의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 분노를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서는 누가 가장 적합할까?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불쾌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머 감각과 그 전달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신뢰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에는 신뢰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었기 때문에 유머만으로도 전달이 가능했지만 타인의 분노를 제3자를 통해 전달받을 때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위선적이거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이든 개인이든 주위에 있는 정직하면서도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의 가치를 절대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만연하게 될 분노를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절묘한 대리인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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