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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 in Biz] 숫자 첫번째 자리에 규칙이?…회계부정 잡아낸 `벤포드의 법칙`
기사입력 2020.11.26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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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다 보면 정말 많은 숫자가 나온다. 특히나 경제신문을 읽다 보면 거대한 숫자들이 매일같이 등장한다. 예컨대 지난주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가 1938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지난달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2조3500억원으로 2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렇게 다양한 수치 자료들을 두고 엉뚱한 생각을 한 물리학자가 있었다. 미국의 물리학자 프랭크 벤포드는 이런 숫자들 중에 이상하게도 몇 가지 숫자들이 좀 더 자주 나온다는 걸 발견했다. 그는 1938년, 강 335개의 넓이, 물리학 상수 104가지, 분자 중량 1800가지 등 20개 분야 자료들의 첫 자리 수 분포를 분석해 `벤포드의 법칙`을 내놓았다. 가장 앞자리 숫자는 SCFI라면 1이 될 테고,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도 12조의 가장 앞자리 수가 1이 된다. 벤포드가 분석한 수천 가지 이상 숫자들의 앞자리 숫자 중 어떤 숫자가 가장 많이 나왔을까. 얼핏 생각해보면 수치 자료에는 1부터 9가 11.1%씩 동등하게 분포하므로 첫 자리 수도 1부터 9가 같은 비율로 나타날 것 같다. 하지만 벤포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1이 30%에 이를 정도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고, 2에서 9로 갈수록 빈도가 낮아진다. 9로 시작하는 비율은 겨우 4.5%에 불과했다.

수학적으로 사고해본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1부터 9까지 숫자가 있다면 그중 하나가 나올 확률은 9분의 1이기 때문이다. 벤포드의 법칙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실제 자연적으로 발생한 숫자 분포가 있을 때 그 숫자의 앞자리는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신의 통장 잔액이 1000만원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걸 2000만원으로 늘리는 건 쉽지 않다. 잔액이 2배가 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이 9000만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1억원을 버는 건 1000만원을 2000만원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우리 주변의 자료도 그렇다. 대부분 일정한 배율로 증가하는 것이 많다. 쉽게 예를 들기 위해 일정한 규칙을 갖고 증가하는 피보나치 수열을 한번 보자. 피보나치 수열은 첫째 항과 둘째 항을 1로 놓고 셋째 항부터는 앞의 두 항을 더해서 만드는 것이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등 계속 이어진다. 이 16개만 봐도 1이 4개, 2가 3개, 8이 2개, 9가 1개다. 대략적으로 벤포드의 법칙을 따르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전기요금 고지서, 도로명 주소, 주식 가격, 주택 가격, 인구수, 사망률, 강의 길이 등 많은 수치 자료들에서 벤포드의 법칙이 성립한다.

실생활에서도 벤포드의 법칙은 유용하게 활용된다. 예컨대 기업의 회계부정이나 가격담합 등을 적발하는 데 이용된다. 만약 어떤 기업에서 부정한 방식으로 수치를 조작하면 1부터 9까지의 수를 무작위로 균등하게 분포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첫자리 수의 빈도가 1에서 9로 갈수록 낮아지는 벤포드의 법칙에 위배된다. 이를 이용해 미국의 국세청(IRS)이나 금융감독 기관은 기업이 조작한 단서를 잡는다. 미국의 수학자 마크 니그리니는 2001년 벤포드의 법칙을 이용해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부정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벤포드의 법칙을 어긋난 재무 수치들은 세무감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부정들을 잡아냈다.

물론 어떤 수치를 분석함에 있어 벤포드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바로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선 의심해볼 만하다. 1부터 9까지 숫자가 비슷한 비율로 무작위로 등장하거나 5가 가장 많은 등 벤포드의 법칙에 위배되는 통계를 보인다면 누군가 허위로 만들어낸 `가짜 수치 자료`일 수 있다. 중요한 비즈니스를 할 때도, 투자를 해야 할 때도 한번쯤은 조작된 숫자인 건 아닐지 눈으로라도 대강 수치를 살펴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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